맥스로 만들기

가평단체MT펜션 놀거리가 많아서 좋았네요.

일상라이프



 

요즘 날씨 더워지는 게 심상치 않아요.
딱 지금이 어딘가 놀러가기에 좋을 것 같아서 지난 주말에 대학친구들을 꼬셨습니다.
다들 비슷한 기분인지 놀러가자는 말에 군말없이 나서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어디로 가야 될지 고민한 게 함정이라면 함정....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옛 기억을 더듬어 가평단체MT펜션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대학 시절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제는 차도 있으니 버스노선은 따지지 않는다는 거?
포탈로 알아보니 가평에 노르웨이독채펜션이라고 괜찮은 곳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작년에 갔던 곳이네요.

 

 

펜션에 들어가서 당장 짐부터 풀었습니다.
마트에서 살 때는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풀어놓고 보니 상당한 양이더라고요.
날이 더워서 당장 맥주부터 마셔볼까 했지만 차 안에 둬서 미지근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스박스라도 준비해 올 걸하고 후회했지만  하는 수 없이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기로 했어요.

 

 

맥주 빼곡한 것 보세요.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남자 넷이서 결국 저걸 다 마셔버렸습니다.

배에 하마라도 들어 있는 건지 원...
빨리 식히고 싶어서 열 개 정도는 냉동실에 넣어뒀습죠.
막상 짐을 다 풀고 나니 할 게 없어서 늘어져 있었는데 문득 펜션 앞에 계곡이 있는 게 생각났습니다.
주인아저씨한테 여쭈어보니 들어가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물고기도 잡아도 된다고 말이에요.

 

 

 

가평은 참 물이 맑은 동네입니다.

작년은 겨울에 와서 놀지 못했는데 이 날은 날씨가 좋아서 잘 놀았습니다.
한강까지 내려오면 똥물이 되는데 여기는 속이 훤이 비치도록 맑아요.
물에 발을 담가보니 얼음물처럼 시원한 게 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주인아저씨가 고기 잡아보라면서 그물도 주셨어요.
자고로 인류역사적으로 남자들은 수렵을 하는 동물이라고 하더군요.
유전자에 남은 본능을 믿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첨벙첨벙 애를 썼습니다.
저 까만 바지 입은 친구는 몇 번인가 엉덩방아를 찧더니 나중에는 아예 물에 들어가서 살기 시작합니다.

 

 

이래가지고 과연 물고기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니 이럴수가, 이르케 많이 잡았네요!
얼핏 보기에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게 굵기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성인 남자 엄지손가락보다 굵었으니까요.
근데 이걸 펜션주인아저씨에게 보여드리니 배가 부른 애들은 알을 밴 애들이라면서 놔주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다 먹어 치울 생각이었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아쉽지만 안녕...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저희는 저 녀석들을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도 몰랐거든요.
애기 잘 낳고 잘 키워서 다음 손님에게 잡히거라.
그렇게 저희는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말을 남기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저희가 묵을 펜션으로 올라갔습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슬슬 바베큐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직접 숯에 불을 지펴 주셨습니다.
불붙이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셨어요.
예전에 숯에 불 붙이려고 고생했던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솜씨였습니다.
저는 불 잘 붙이는 남자가 섹시해 보이더라구요.
하마터면 고백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가지고 온 목살입니다.
얼마 전에 근고기를 먹었다는 친구의 성화로 두껍게 잘라서 가져왔죠.
그래서 굽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이거 잘못 구우면 겉은 다 타고 안은 설 익잖아요.
그래서 계속 잘라가면서 안을 확인하며 익혀야 했죠.

 

 

같이 가져간 소세지를 굽는데 다들 숨겨두었던 예술혼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칼을 꺼내와서 누가누가 예쁘게 벌집모양을 내나 페스티벌을 했죠.
흙손인 저는 하다하다 안되어 그냥 가위를 가져 와서 대충 썰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소세지 자르느라 애를 쓰는 동안 목살은 점점 속까지 익어가네요.

 

 

드디어 다 구워졌습니다.
목살이 무척 쫄깃쫄깃하면서 맛있었습니다.
이거 산 녀석이 돈 아낀다고 스페인산 고기를 사 왔는데 그거 몇 푼 아끼겠다고 수입산을 사오냐 타박했던 친구들이

할말이 없어질만큼 어마어마한 맛이었죠.
저희는 고기를 먹으며, 이정도 실력이면 우리끼리 고기집을 하나 차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헛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고기를 든든하게 먹고 빵빵해진 배는 펜션 뒤에 마련된 족구장 겸 배드민턴 장에서 꺼뜨렸습니다.
저희가 하는 꼬라지를 묵묵히 바라보시던 주인아저씨가 갑자기 참전하여 저희의 의욕을 꺾어버리셨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하시는데도 한참 어린 저희보다 날쎄개 움직이시더라고요.

 

 

밤이 깊었지만 아직 잠들기 아쉬운 우리들에게 펜션이 준비한 또 하나의 서프라이즈!
펜션 안에는 노래방 기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돌아가며 한 곡씩 노래를 뽑기 시작했죠.
마음만큼은 다들 우리동네 음악대장이었습니다. 마음만큼은...
그렇게 다들 노래를 부르다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잠깐 깨어보니 한 명은 마이크를 꼭 쥐고 잠들었더군요.

학교 다녔을 때는 툭하면 펜션잡고 놀곤 했는데, 옛날 기분이 나서 참 좋았습니다.
가끔씩 여유가 되면 이런 식으로 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봄날에 가평단체MT펜션에서 더위를 잊고 신나게 놀고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