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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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콩두부집 샘뜰에서 맛보면 반합니다.

일상라이프



친구들과 함께 파주까지 멀리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왔습니다.
요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터라서 간만에 똘똘 뭉쳐서 같이 바람이나 쐬자고 했죠.
아예 동쪽으로 밟아 속초를 찍고 올라다가 운전을 해야하는 제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서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저기 많은 곳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문산 쪽이 낙점되었죠.

 

 

자유로를 타고 달리다가 출출한 속을 달래줄 음식점들을 찾아봤는데 친구 한 놈이 그쪽이면

장단콩이 굉장히 유명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일부러 저 콩 때문에 찾는 사람도 제법 있다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축제도 매년 열린다고 하고요.
밥에 콩이 들어가면 우선 골라내고 보는 저이기에 그 말은 썩 끌리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이 한 번 가보자고

성화를 부려서 결국 장단콩두부집을 찾아서 점심을 먹게 되었죠.

 

 

샘뜰두부집이라는 곳인데 희안하게 옆의 다른 가게들은 장사가 잘 안되는데 여기만 주차장이 가득 차 있더라고요.
그래 유명한 곳은 다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결정했는데 참 잘한 선택이었더라고요.
겉보기엔 굉장히 허름하고 예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음식들을 받아보면 거창한 한정식집이

부럽지 않은 포스에 압도당합니다. 저희가 시킨 더덕구이보쌈이 딱 그랬어요.

 

 

심지어는 얕봤던 순두부마저도 굉장히 존재감이 큽니다.
요건 그냥 음식 먹기 전에 에피타이저로 슥슥 긁어 먹는 음식일텐데 굉장히 오래도록 음미하게 만드는 깊은 맛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부드럽고 말랑한 푸딩같은 식감을 기대했던 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무척 묵직하고 쫀득한 식감을

선사해줘서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간장을 넣어서 먹는 걸 선호하던데 저는 이대로 먹는 게 가장 맛있더군요.
제 입맛이 이렇게 담백한 걸 좋아하는지 여기 와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비로소 담백함에 대한 참뜻을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 저 단어가 나오면 '밋밋하다'와 동일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이곳의 음식들을 먹어보면 밋밋함과는 굉장히 거리가 있어요.
굉장히 진하고 중후합니다. 그런데 담백하다는 표현 말고는 바르게 표현할만한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표현력과 어휘의 한계에 좌절하게 만드는 곳이더라고요.
청국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짜고 진할 것 같은 국물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은은하거든요.

 

 

청국장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군내, 꾸린내 이런 것들이 정말 극도로 절제되어 있어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된장국을 먹듯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청국장을 끓이면 정말 집 안에 그 냄새가 가득 차서 빠지질 않잖아요.
전 그게 굉장히 역하다고 느껴왔었는데 이곳에 와서 먹어보니 이게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었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차돌박이가 듬뿍 들어 있어서 음식 맛을 풍부하게 잡아준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보쌈과 먹은 두부가 워낙 맛있었기에 요 메뉴를 선택하는 데 후회가 들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곂치는 메뉴를 시킨 것 같아서 괜찮을까 걱정도 했지만 워낙 맛있었기 때문에 하나도 남김 없이

싹싹 긁어먹었던 것 같아요.
장단콩이 대단한건지 아니면 이 집의 정성이 대단한 건진 모르겠지만 굉장히 밀도가 촘촘해 두부를 들어보면

무겁다는 느낌이 들어요. 마치 벽돌을 젓가락으로 든 느낌이랄까요?
그만큼 콩의 함유량이 높다는 뜻 아닐까요... 그리고 먹어보면 액기스를 압축시켜놓은 느낌이 납니다.

 

 

그냥 이렇게 흰밥에 얹어 먹어도 끝장나는 김치도 그렇거니와 다른 반찬들도 모두 입맛을 돋구는 손맛으로

만들어낸 거라서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한 상이었다고 평하고 싶어요.
한식에 대한, 특히 콩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저조차도 이렇게 감동하며 먹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오죽했겠습니까.
다들 꼭 여기는 다시 방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더라고요.

 

 

정말 감동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면서는 그런 장단콩두부집에 손님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 했지만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서

다들 맛있다 맛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니까 진짜 맛집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찾아와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들만 잔뜩 먹고 나니 처음에 이곳으로 떠나오면서 안고 있던 고민들이 한꺼풀 벗겨진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좋은 공기를 쐬면서 근심이 옅어질 거라고 짐작했었는데 역시 사람의 마음을

치유시키는 건 따뜻한 밥한공기와 건강한 음식인 것 같네요.

샘뜰두부집! 정말 맛있는 장단콩두부집입니다. 강추네요. 레알.